정자 (건축)
정자(亭子)는 주로 경관을 감상하기 좋은 위치에 짓는 동아시아 전통의 건축물이다. 누각보다는 작다.[1] 정자는 주변 경관을 볼 수 있게끔 방이나 문 없이 탁 트이게 지었다.[2]
어원
[편집]정자를 나타내는 한자 ‘亭’(정)은 뜻에 해당하는 ‘高’(고)와 소리에 해당하는 ‘丁’(정)이 합쳐진 글자로, 그 글자 자체는 ‘높게 지어진 건축물’을 뜻한다.[3] 《설문해자》에는 ‘사람이 편하게 머무는 곳’으로 풀이되어 있다.[4] 진나라 때 정(亭)은 행정구역을 나타내는 글자로도 쓰였는데, 행정구역으로서 정은 대개 10리마다 설치되었으며, 10개의 정이 1개의 향을 이루었다.[5] 명나라의 조원가 계성(計成)이 지은 《원야》(園冶)에는 정(亭)은 여행하다가 잠시 머물며 쉴 수 있는 곳, 사(榭)는 구조나 형태가 정해짐 없이 경관에 기대었을 때에야 완성되는 곳이라고 풀이되어 있다.[6]
위치와 기능
[편집]생활공간과 가깝게는, 정자는 주변 경관을 잘 감상할 수 있도록 집의 뒷동산이나 마을에서 높은 구릉지에 지었다.[7] 모정(茅亭)은 초가지붕을 올린 민간의 정자로, 경관 감상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마을 어귀에 농사 짓는 곳과 가까이 지었다.[8]
생활공간과 멀게는, 산을 등지고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게끔 높은 산이나 언덕, 절벽 따위에 지었다.[9] 강이나 호수, 바다 등 물가를 면한 곳에도 정자를 지었다.[10]
궁궐이나 정원 등 특별한 공간에도 정자를 지었다.[11] 궁궐에서 정자는 보통 후원(정원)에 지었다.[12] 중국 정원(원림)에서는 누각과 정자를 모두 짓기는 하였으나 정자를 더 짓는 편이었다.[13] 연못 주변에 정자를 배치하여 경관을 아름답게 꾸미기도 하였다.[14] 원림에 짓는 정자는 연회와 경관 조망의 공간으로 쓰였다.[15] 원림에 둔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정자가 가진 소유물은 아니지만, 정자에서 보이는 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정자에서만이었다.[16] 중국과 일본인들은 원림 안에 정자를 두었을 때 정자에서 바라보는 원림의 경관이 부족하다면 원림 바깥의 것을 차경(借景)한다고 하는 개념이 있었다.[17] 차경은 대개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먼 곳의 풍경, 이웃한 곳의 풍경, 고개를 들고 바라보는 풍경, 고개를 구부리고 바라보는 풍경 등 모든 풍경을 빌려 감상자가 경관을 오롯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.[18]
정자는 연회나 행사를 열 뿐 아니라 학문을 강(講)하고 무엇보다 쉼을 위한 공간이었다.[9] 전근대의 유학자들은 정자를 주변 경치를 모두 볼 수 있는 거점으로 인식하면서[19], 정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경관을 석경(石景), 수경(樹景), 수경(水景) 등으로 구분하기도 하였다.[20] 특별히, 중국에서는 정자를 지을 때에 바깥에서 정자를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지와 정자 안에서 바깥 경치를 바라보는 것을 모두 중시하였다.[21]
형태
[편집]정자의 형태는 지붕에 따라 구분된다. 정자에 쓰이는 지붕으로는 삼각지붕, 사각지붕, 육각지붕, 팔각지붕, 둥근 모임지붕, 헬멧 모양의 회정(盔頂), 모임지붕의 위가 잘린 녹정(盝頂) 등이 있다.[22][23] 건축 설계에 관한 송나라의 책 《영조법식》(營造法式)에는 추녀를 쌓아 정자의 모임지붕을 만드는 방식이 기록되어 있다.[24] 지붕 한 면의 전체에 해당하는 큰 추녀 위에 작은 추녀 세 개를 점차 가파르게 하여 쌓아 올린다.[25] 이렇게 하면 지붕면이 적당한 곡선을 이루면서 형성되며[25], 지붕은 멀리서 보면 피라미드나 원뿔 모양처럼 된다.[24]
중국의 정자는 추녀가 하늘로 솟았다.[2][26] 지역에 따라 다르나 북방 지역의 정자는 지붕의 곡선이 적당한 반면, 남방 지역의 정자는 하늘로 치솟을 듯 매우 가파르게 한다.[25]
역사
[편집]이전에는 군사적 목적으로만 정자와 같은 건축물을 지었지만, 당나라 때부터는 멀리 경관을 감상하기 위한 목적으로도 짓게 되었다.[27]
같이 보기
[편집]참고 문헌
[편집]- 궈칭화 (2006) [1999]. 《중국 목조건축의 구조》. 번역 윤재신. 경기: 동녘. ISBN 8972975117.
- 박경자 (2015). 《한국의 정원》. 서울: 서교출판사. ISBN 9791185889177.
- 윤장섭 (1999). 《中國의 建築》. 서울: 서울대학교출판부. ISBN 8952100042.
- 자오광차오 (2020) [2018]. 《나무로 집 지은 이야기만은 아니랍니다》. 번역 한동수; 이정아; 차주환. 서울: 미진사. ISBN 9788940806012.
- 팡용 (2019) [2010]. 《중국전통건축》. 번역 탕쿤; 신진호. 서울: 민속원. ISBN 9788928513574.
- 한국전통조경학회 (2009). 《동양조경문화사》. 서울: 대가. ISBN 9788962850239.
각주
[편집]- ↑ 구형수 (2012년 7월 16일). “누정(樓亭)”. 《KRIHS 전자도서관》. 국토연구원. 2020년 12월 9일에 원본 문서에서 보존된 문서. 2020년 11월 29일에 확인함.
- ↑ 가 나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17쪽.
- ↑ 하영삼 (2004년 9월 30일). “[한자 뿌리읽기]<109>지체(遲滯)와 정체(停滯)”. 동아일보. 2020년 11월 29일에 확인함.
- ↑ 〈高部〉. 《說文解字》 5.
- ↑ 〈百官公卿表〉. 《漢書》 19.
- ↑ 자오광차오 2020, 226쪽.
- ↑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00-301쪽.
- ↑ 박경자 2015, 44쪽.
- ↑ 가 나 박경자 2015, 39쪽.
- ↑ 박경자 2015, 40쪽.
- ↑ 박경자 2015, 41쪽.
- ↑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08쪽.
- ↑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09쪽.
- ↑ 윤장섭 1999, 220쪽.
- ↑ 윤장섭 1999, 267쪽.
- ↑ 팡용 2019, 365쪽.
- ↑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02-303쪽.
- ↑ 자오광차오 2020, 355-356쪽.
- ↑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11쪽.
- ↑ 박경자 2015, 42쪽.
- ↑ 한국전통조경학회 2009, 301쪽.
- ↑ 자오광차오 2020, 213쪽.
- ↑ 이종호 (2012년 9월 23일). “다양한 한국의 지붕”. 동아사이언스. 2020년 11월 29일에 확인함.
- ↑ 가 나 궈칭화 2006, 159쪽.
- ↑ 가 나 다 궈칭화 2006, 160쪽.
- ↑ 윤장섭 1999, 189쪽.
- ↑ 자오광차오 2020, 72쪽.
외부 링크
[편집]- 위키미디어 공용에 정자 관련 미디어 분류가 있습니다.
- 누정(樓亭) -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
- 모정(茅亭) -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